며칠 전 아무생각 없이 약국에 들렸다가 "기운이 없다"는 내 말에 혹한 약사에게 진맥을 맡기고 "기가 허하다"는 약사의 말에 덜컥 40만원이라는 나름 거금을 들여 보약을 지었다.

평소 몇만원짜리 물건도 보고 또 보고, 정보를 수집하는 내 성격과는 무관하게 너무도 쉽게 결정을 내린 내 자신에게 놀라기도 했는데...

결론은 "내가 많이 약해있었구나, 몸도 마음도..." 라는 생각

과거 어머니와 함께 살때, 어머니는 무료한 낮시간을 동네 아주머니들과 어울리셨고, 언젠가는 동네 노인들을 현혹시켜 갑싼 물건들을 몇배나 비싸게 판매하는 곳에 다니셨고, 급기야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머니는 몇만원하는 비누며, 치약 등을 사들이셨다.
그때 난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큰소리를 냈었고, 어쩌면 아주 부정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내가 그때 어머니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지 않은가 싶다.
내가 몸과 마음이 많이 약해서 보약을 사는데 주저함이 없었던 것 처럼, 어머니는 아마도 많이 외로우셨을 거다.
그래서 그 물건이 필요해서라기 보다는 그 외로움을 달래주는 장사꾼들의 감언이설이 아무 여과없이 어머니의 외로운 마음을 파고 들었을거라는 생각....그렇게 어머니는 외로움을 달래셨을거다.

보약 몇 봉지 먹고 벌써 몸이 좋아진것 처럼 느끼는 내 지금 심정처럼 말이다.

그래서 어머니께 죄송한 마음이 든다.
지금은 대화조차 허락되지 않는 상황이라는 것이 더 죄송한 마음을 갖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하루 빨리 정상 컨디션을 찾고, 그래서 더 어머니를 위한 시간을 만드는 것이 내 미안함을 조금이나마 덜수 있는 방법일 것 같다.

@나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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