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사마천의 삶에서 얻는 교훈에 대해 말해볼까 합니다.

사마천의 아버지인 사마담은 사관의 집안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옛 위인들의 발자취를 기록으로 남기려던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어가자 아들에게 자신의 뜻을 유언으로 물려주게 됩니다. 사마천은 효심이 극진하여 부친의 유언을 기꺼이 받듭니다. 그는 당시에는 귀한 책을 접할 기회가 많았고, 여행을 통해 경험을 축적하였습니다. 이러한 바탕이 아버지 사마담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되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사마천의 인생을 바꾸어 놓은 것은 ‘이릉사건’으로 당시 중원의 농경민족인 한제국과 북방 유목민족인 흉노의 전투에서 한의 장군 이릉이 흉노에게 항복한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건을 어전회의에서 다루게 되었고 이릉은 역적으로 몰리게 됩니다. 사마천은 군사의 수가 너무 차이가 난만큼 이릉으로서는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해 이릉을 두둔합니다. 이것이 결국 황제의 ‘괘씸죄’에 걸려 남자의 상징을 잘리는 ‘궁형’을 당하게 됩니다.

자신의 양심에 따른 언사로 인해 궁형을 당한 사마천은 <사기> 백이·숙제 열전 말미에 그들을 변호하는 듯한 글을 남기는데, 결국 자신의 삶과 경험을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대로 인용하면, “근자에는 오로지 도리에 어긋나는 못된 짓만 저지른 자가 평생 동안 잘살고 자손 대대로 부귀를 누리는 일이 있다. 이와는 달리 옳은 길을 가고 옳은 말만을 하며 정당한 이유가 없으면 화를 내지 아니하고 늘 정직하게 살면서도 오히려 화를 입는 일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래서 나는 하늘의 도리라는 것이 있는지 없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사마천이 생각하기에 착한 사람이 상을 받고 나쁜 사람이 벌을 받는 것이 마땅한데 자신의 처지를 봐도, 또 주변을 둘러봐도 현실은 그렇지 않기에 이것을 관장하는 하늘의 존재를 의심하게 됩니다. 결국 하늘(天)을 대신하여 스스로 이 불합리한 현실을 바로 잡고자 합니다. 혁명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세상을 바로잡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역사가로서 할 수 있는 일은 하늘이 버린 선한 사람을 자신이 찾아내어 역사책에 싣는 것입니다. 선한 사람이 상 받고, 악한 사람이 벌 받는 일은 하늘이 책임지는 것인 줄 알았는데, 하늘이 할 일을 하지 않고 있으니 스스로 하늘이 되어 선한 사람을 자신의 방법으로 구원하겠다는 것입니다. 바람개비 아시죠. 바람이 불지 않아서 바람개비가 돌아가지 않으면, 스스로 달리면서 바람을 만듭니다. 그러면 바람개비가 달리는 속도에 비례해서 빠르게 돌아갑니다. 그렇습니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스스로 바람이 되어 바람개비를 돌리면 됩니다. 사마천이 하늘이 선한 사람을 구원하는 일을 하지 않으면 스스로 그 일을 하면 된다는 것을 보여주듯이 말입니다. 이것이 사마천이 우리에게 준 교훈입니다.

저는 여기에 만족할 수 없습니다. 사마천의 방법이 사회 전체를 구원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와 같은 개별적인 구원은 한계가 있습니다. 더 많은 선한 사람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사회를 구조적으로 바꾸어야 됩니다. 이를테면, 법과 같은 제도적인 장치로 착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존중받고 잘 살게 만든다면 보다 많은 선한 사람들이 현세에서 보답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대통령이 시장에 가서 할머니와 눈물 흘리는 것도 좋지만, 이것은 한 사람을 단기간 도와주는 일입니다. 하지만 사회제도적 장치를 시장 할머니들에게 도움을 주는 쪽으로 개선한다면 더 많은 시장 할머니들이 지속적으로 고생을 덜 할 것입니다. 제도적 노력이 우선이고 사마천과 같은 개인적인 노력도 병행되었으면 하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출처 : YTN 강성옥의 출발 새 아침 -
4월 28일(화) "사마천의 삶에서 얻는 교훈" - 연세대 철학연구소 장용수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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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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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06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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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마천의 사기 글을 풀어쓴 난세에 답하다란 책 리뷰 트랙백 걸고 갑니다.^^
  2. 백리새천덕
    2009/05/18 10:56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스스로 선한 자를 구제하기 위하여 역사서를 활용했다는 점에 특히 감명이 옵니다. 그런데 제도를 통하여 선한 자를 구제하는 것도 만만치는 않다고 봅니다. 민주제하에서는 반대여론(진보를 위한 진보)이 항상 득세하게 되기 때문에 웬만한 독종(?) 지도자가 아니면 눈치보다가 세월 다 보내는 결과가 됩니다.
    그러한 면에서 지도자의 강력한 의지와 진보를 뛰어넘는 용기가 아쉬운 현실인 것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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